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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이 AI 기능을 직접 만들수록, 혁신에서 멀어진다

HR이 AI 기능을 직접 만들수록 혁신에서 멀어진다

“이제 우리도 AI로 필요한 기능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생성형 AI와 LLM이 개발 비용과 시간을 빠르게 낮추면서 점점 더 자주 들리는 말이다. 실제로 작은 기능이나 화면을 만드는 것은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

하지만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다르다. 특히 기업용 시스템에서는 기능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그 기능이 기존 데이터와 프로세스 안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실제 사용자의 행동을 바꾸도록 만드는 일이 훨씬 어렵다.

오늘 SAP SuccessFactors HR 커넥트 2026의 일부 세션을 들으며 이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발표 주제는 서로 달랐지만, 여러 사례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였다.

AI로 원하는 기능과 워크플로우를 만드는 일이 쉬워진 지금, 왜 그것만으로는 HR 혁신이 되지 않을까?

내가 현장에서 본 방향을 4가지 각도에서 정리해봤다.

1. Core – AI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대체하기보다 확장한다

현대오토에버의 발표에서는 글로벌 HR 시스템을 표준화하면서도 법인별 환경과 규정 차이를 관리하는 과정이 소개됐다. 글로벌 공통 기반이 안정화되면 신규 법인이나 인수된 법인을 시스템에 편입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한 곳에서 검증한 기능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기도 쉬워진다.

여기까지는 전통적인 글로벌 SaaS의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흥미로웠던 지점은 그다음이다. SAP SuccessFactors의 표준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Extension과 AI 코딩으로 빠르게 보완하는 접근이다. 문제 정의부터 디자인, 개발, 테스트, 문서화까지 AI를 활용하면 과거보다 훨씬 짧은 스프린트로 각 회사에 맞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기존에는 표준 SaaS와 커스텀 구축을 양자택일처럼 보는 경우가 많았다. 표준을 따르면 현업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고, 커스텀을 늘리면 비용과 유지보수 부담이 커진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조합을 가능하게 한다.

검증된 SaaS를 코어로 유지하되, 꼭 필요한 빈틈만 빠르게 AI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LLM을 활용하면 화면이나 기능을 빠르게 만드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기업의 핵심 시스템을 처음부터 자체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어렵다. HR 시스템에는 권한 관리, 개인정보 보호, 감사 이력, 국가별 규정, 마스터 데이터, 다른 시스템과의 연동, 안정적인 운영과 업그레이드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요구사항이 누적되어 있다. 코드 생성 비용이 낮아졌다고 해서 이 복잡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행사에서 본 흐름도 기존 플랫폼을 AI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었다. 안정적인 SaaS가 데이터와 핵심 프로세스를 책임지고, AI는 기업별 언어와 업무 방식에 맞는 화면, 자동화, 분석, 문서화 같은 마지막 빈틈을 채우고 있었다. AI는 아직 기업용 SaaS의 대체재라기보다, SaaS를 더 유연하게 만드는 확장 레이어에 가깝다.

이것은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전략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이미 검증된 기반은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과거에는 비용 때문에 포기했던 세부 요구사항을 더 짧은 주기로 실험하고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커스텀이 무조건 쉬워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을 코어에 남기고 무엇을 확장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플랫폼의 데이터 모델과 표준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AI로 기능을 계속 덧붙이면, 빠르게 만든 복잡한 레거시만 남을 수 있다.

2. Action – 데이터가 쌓인다고 직원 경험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한독과 DDI의 Peoply 사례에서는 또 다른 병목이 보였다. SuccessFactors에 인사·조직·평가·보상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어도, 다양한 구성원이 이를 쉽게 이해하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표에서 소개된 접근은 기본 HR 코어를 SuccessFactors에 두고, 그 위에 한국형 사용 환경과 화면을 제공하는 Peoply를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조직도에서 구성원을 찾고, 인사카드와 평가 이력을 보고, 360도 피드백 결과를 확인하는 경험을 현업이 더 쉽게 소비할 수 있도록 재설계했다.

이 사례를 보며 HR 기술을 세 개의 층으로 나눠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1. 기록의 시스템(System of Record): 직원과 조직에 관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한다.
  2. 경험의 시스템(System of Engagement): 구성원이 데이터를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업무 속에서 사용하게 만든다.
  3. 의사결정의 시스템(System of Intelligence & Action): 진단·예측·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음 행동을 추천하고 실행으로 연결한다.

기업들은 오랫동안 첫 번째 층을 구축하는 데 많은 자원을 썼다. 이제 경쟁력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층으로 이동하고 있다.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누가, 어떤 순간에, 어떤 형태로 정보를 받아보며, 그 결과 무엇을 다르게 하게 되는지가 중요하다.

이 지점은 직원경험(EX) 관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설문을 보내고 대시보드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어 360도 피드백 결과가 리더에게 전달됐다면, 그다음 질문은 점수가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

  • 이 리더가 가장 먼저 바꿔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
  • 어떤 팀 상황과 업무 맥락에서 그 행동이 특히 중요해지는가?
  • 30일 후 실제 변화가 있었는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 변화가 없었다면 어떤 코칭이나 워크플로우를 작동시킬 것인가?

결국 데이터의 가치는 보유량이 아니라 조직 내 데이터 소비 방식과 후속 행동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계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3. Adoption – AI 혁신은 현업의 암묵지에서 시작된다

EY의 AI Innovation Camp 세션은 AI 기반 업무 혁신을 다른 각도에서 다뤘다. 외부 전문가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이 AI를 활용해 문제를 정의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AI를 실제 프로세스에 적용하려면 기업의 도메인 지식, 암묵지, 예외 상황과 내부 사정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 정보는 일반적인 벤치마크나 외부 컨설턴트의 프레임만으로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결국 현업 담당자가 움직여야 한다.

또 하나의 효과는 변화관리다. 사람은 자신이 직접 만든 아이디어와 결과에 더 강한 소유감을 느낀다. AI 도입을 위에서 내려온 프로젝트가 아니라 자신이 참여한 개선 활동으로 인식하게 되면, 일부 참여자는 조직 내 초기 사용자이자 내부 promoter가 될 수 있다.

다만 워크숍이나 아이디어 캠프 자체를 혁신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참여자의 부문과 직급이 충분히 다양한지, 아이디어의 범위가 실제로 실행 가능한지, 이후 검증과 확산을 맡을 조직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현업이 매번 제각각 개별적인 도구를 도입하도록 두는 것도 답은 아니다. 전사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보안·AI 환경을 먼저 마련하고, 그 위에서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에 작은 확장을 붙여볼 수 있어야 한다. 즉, 중앙의 표준화된 기반과 현업의 분산된 실험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4. Outcome – SaaS는 기능이 아니라 성과를 만드는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행사에서 본 사례들을 연결하면서 HR을 넘어 기업용 SaaS 전반에 적용되는 한 가지 변화가 있다고 느꼈다.

SaaS 제품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좋은 제품이 충분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그 기능이 고객 조직 안에서 실제 변화와 성과로 전환되는 과정까지 얼마나 잘 설계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실제로 기업용 SaaS 고객들을 만나보면 새로운 AI 기능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막상 누가 사용하고, 어떤 업무가 달라지며, 무엇을 성과로 측정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도입 성과가 만들어지는 프로젝트는 기술 자체보다 프로세스와 이해관계자, 책임자, 성공 기준을 먼저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앞으로의 Enterprise SaaS 경쟁력도 이런 요소들의 조합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 코어 플랫폼은 신뢰할 수 있는 표준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 파트너와 Extension은 기업별 빈 공간을 빠르게 메운다.
  • 경험 레이어는 현업이 데이터를 쉽게 이해하고 활용하게 만든다.
  • AI는 분석과 개발,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인다.
  • 컨설팅과 변화관리는 새로운 방식이 조직 안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만든다.

즉, 앞으로 SaaS 기업은 제품을 판매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고객이 실제로 변화를 만들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품, 파트너, 도메인 전문성, 변화관리을 아우르는 Outcome Playbook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해야 한다.

HR이 만들어야 할 것은 기능의 집합보다 업무 관찰에서 행동 변화까지 이어지는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마치며: 더 빨리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더 효과적인 것은 다르다

물론 이번 행사가 SAP SuccessFactors의 행사였던 만큼, 자체 구축보다 표준 플랫폼의 안정성과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강조됐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에서 확인한 방향성에는 현실적인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성형 AI가 빠르게 낮추고 있는 것은 개별 기능을 구현하는 비용과 시간이지, 권한·데이터·보안·규정·연동과 같은 기업 시스템의 복잡성, 현업의 실제 사용을 이끌어내는 문제, 그리고 이를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는 문제까지 함께 쉬워진 것은 아니다.

앞서 설명한 원칙은 기업의 규모와도 크게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대형 엔터프라이즈든 SME든 특별한 전략적 이유가 없다면 이미 수많은 실패 비용과 Best Practice가 축적된 안정적인 국내외 솔루션을 Core로 도입하고 그 위에 자신의 조직에 필요한 고유한 업무 흐름과 기능을 확장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AI로 기능을 직접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것을 혁신의 목표로 착각하는 순간,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질 수 있다.

AI 시대의 HR 혁신은 더 많은 기능을 만드는 경쟁이 아니라, 안정적인 Foundation 위에서 AI 기술을 실제 구성원들의 행동과 변화, 그리고 반복 가능한 성과로 전환하는 경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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